HYE. 우혜림

캔버스로 옮겨진 도시는 물리적 장소를 넘어 내면의 정서를 시각화하는 일종의 '감정의 형상체'이다. 화면을 구성하는 건물들은 기하학적 안정감보다는 밀도와 약함, 부유와 축적 사이의 미묘한 긴장 속에서 흔들린다. 때로는 화면을 가득 채울 만큼 과밀하게, 때로는 힘없이 엉켜 있는 가느다란 선으로 존재하는 이 공간은 심리적 기상도를 대리하며, 익숙한 도시 너머의 서늘하고 조용한 내면 세계로 이끈다. 작업의 세계를 이루는 두 축은 '도시의 형상'과 '빛(불빛)'이다. 화면은 통상적인 도시의 야경이 갖는 시커먼 암흑이나 선명한 명암 대비를 재현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그 대신 옅은 우유빛을 머금은 연보라색을 중심축으로 파생되는 다채로운 색조를 통해, 건물의 형상과 불빛이 서로를 잠식하지 않고 대화하는 일종의 ‘완충지대’(buffer zone)를 구축한다. 그 결과 화면은 어둠 속에서도 침잠되지 않고, 빛 속에서도 낙관으로 치우치지 않는 감정적 중간대의 서늘함을 품는다. 도시를 덮는 흔한 어둠으로서의 검은색은 자제되지만, 때로 감정의 격랑으로 인해 정서가 순간 정지하거나 깊은 복선이 필요한 순간 단호하게 개입한다. 이처럼 연보라에서 출발한 색채와 빛의 정서는 도시의 피로가 퇴적된 공기와 동시에, 그 길을 통과하며 느낀 무력함과 애정을 묵직하게 버무려 낸다. 도시 공간에 인물은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결여가 곧 부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깊이감을 지워낸 평면적 화면 위에서 건물의 기울기, 창을 통해 새어 나오는 빛의 미세한 온기, 단단하게 밀집된 건물 덩어리들의 포개어짐을 통해 감정의 주체를 암시한다. 3차원적 원근감을 배제하고 화면을 납작하게 압축하는 방식은, 지나온 시간과 감정이 정돈된 공간이 아니라 겹겹이 눌려 축적된 정서의 레이어임을 보여주는 조형적 장치이다. 최근의 작업은 여기서 더 나아가, 차가운 도시 건물 표면에 또 다른 건물의 형상이 아른거리고 비추이는 감각으로 확장된다. 주체의 감정이 도시라는 대상에 투영되듯, 물리적 구조물들이 서로의 형상을 투영하고 겹쳐내는 이 방식은 인물의 직접적 표상보다 깊은 감정의 대리 효과를 만들어 낸다. 화면 위에서 그리다 멈춘 자국이나 의도적으로 비워둔 여백은 작업에서 주요하게 주목하는 ‘틈’의 공간이다. 과밀하게 밀집된 화면 속에서 행위가 중단된 이 여백들은 단순한 미완성이 아니라, 도시의 빡빡한 리듬 사이로 새벽의 공기나 휴식의 온도가 스며드는 감각의 숨구멍이다. 또한 멈추어진 선과 빈 공간은 정서가 체류하고 감정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물리적 장소가 된다. 이 '틈'의 존재는 화면을 정서적 과밀함과 답답함에서 구출하며, 감정의 미세한 변화들이 갇히지 않고 순환하게 만든다. 궁극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도시란 존재는 개인의 조용한 내면극에 가깝다. 그 도시는 실제로 존재하지만, 동시에 감정이 투영된 허상적 구조물이기도 하다. 도시의 구조적 경직성과 인간 감정의 유동성은 화면에서 충돌하는 대신 서로에게 스며든다. 그 결과 도시라는 외부세계를 매개로 내면의 감정을 건축하는 독특한 회화적 언어를 구축해 나가게 된다. 작업은 아직 성장 중이며, 앞으로 색의 농도 변화, 건물의 형태적 해체, 틈의 조형적 확장 등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려질 세계는 완결된 도시가 아니라, 지금도 계속해서 그려지고 지워지며 다시 세워지는 ‘밑그림’ 상태의 세계에 가깝다. 그 불완결의 세계가 오히려 작업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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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82 10-9008-0219

stawve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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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로 옮겨진 도시는 물리적 장소를 넘어 내면의 정서를 시각화하는 일종의 '감정의 형상체'이다. 화면을 구성하는 건물들은 기하학적 안정감보다는 밀도와 약함, 부유와 축적 사이의 미묘한 긴장 속에서 흔들린다. 때로는 화면을 가득 채울 만큼 과밀하게, 때로는 힘없이 엉켜 있는 가느다란 선으로 존재하는 이 공간은 심리적 기상도를 대리하며, 익숙한 도시 너머의 서늘하고 조용한 내면 세계로 이끈다. 작업의 세계를 이루는 두 축은 '도시의 형상'과 '빛(불빛)'이다. 화면은 통상적인 도시의 야경이 갖는 시커먼 암흑이나 선명한 명암 대비를 재현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그 대신 옅은 우유빛을 머금은 연보라색을 중심축으로 파생되는 다채로운 색조를 통해, 건물의 형상과 불빛이 서로를 잠식하지 않고 대화하는 일종의 ‘완충지대’(buffer zone)를 구축한다. 그 결과 화면은 어둠 속에서도 침잠되지 않고, 빛 속에서도 낙관으로 치우치지 않는 감정적 중간대의 서늘함을 품는다. 도시를 덮는 흔한 어둠으로서의 검은색은 자제되지만, 때로 감정의 격랑으로 인해 정서가 순간 정지하거나 깊은 복선이 필요한 순간 단호하게 개입한다. 이처럼 연보라에서 출발한 색채와 빛의 정서는 도시의 피로가 퇴적된 공기와 동시에, 그 길을 통과하며 느낀 무력함과 애정을 묵직하게 버무려 낸다. 도시 공간에 인물은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결여가 곧 부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깊이감을 지워낸 평면적 화면 위에서 건물의 기울기, 창을 통해 새어 나오는 빛의 미세한 온기, 단단하게 밀집된 건물 덩어리들의 포개어짐을 통해 감정의 주체를 암시한다. 3차원적 원근감을 배제하고 화면을 납작하게 압축하는 방식은, 지나온 시간과 감정이 정돈된 공간이 아니라 겹겹이 눌려 축적된 정서의 레이어임을 보여주는 조형적 장치이다. 최근의 작업은 여기서 더 나아가, 차가운 도시 건물 표면에 또 다른 건물의 형상이 아른거리고 비추이는 감각으로 확장된다. 주체의 감정이 도시라는 대상에 투영되듯, 물리적 구조물들이 서로의 형상을 투영하고 겹쳐내는 이 방식은 인물의 직접적 표상보다 깊은 감정의 대리 효과를 만들어 낸다. 화면 위에서 그리다 멈춘 자국이나 의도적으로 비워둔 여백은 작업에서 주요하게 주목하는 ‘틈’의 공간이다. 과밀하게 밀집된 화면 속에서 행위가 중단된 이 여백들은 단순한 미완성이 아니라, 도시의 빡빡한 리듬 사이로 새벽의 공기나 휴식의 온도가 스며드는 감각의 숨구멍이다. 또한 멈추어진 선과 빈 공간은 정서가 체류하고 감정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물리적 장소가 된다. 이 '틈'의 존재는 화면을 정서적 과밀함과 답답함에서 구출하며, 감정의 미세한 변화들이 갇히지 않고 순환하게 만든다. 궁극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도시란 존재는 개인의 조용한 내면극에 가깝다. 그 도시는 실제로 존재하지만, 동시에 감정이 투영된 허상적 구조물이기도 하다. 도시의 구조적 경직성과 인간 감정의 유동성은 화면에서 충돌하는 대신 서로에게 스며든다. 그 결과 도시라는 외부세계를 매개로 내면의 감정을 건축하는 독특한 회화적 언어를 구축해 나가게 된다. 작업은 아직 성장 중이며, 앞으로 색의 농도 변화, 건물의 형태적 해체, 틈의 조형적 확장 등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려질 세계는 완결된 도시가 아니라, 지금도 계속해서 그려지고 지워지며 다시 세워지는 ‘밑그림’ 상태의 세계에 가깝다. 그 불완결의 세계가 오히려 작업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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